바둑교육의 산실 명지대 바둑학과 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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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교육의 산실 명지대 바둑학과 사라지나…
포커스 1997년 설립된 명지대 바둑학과 바둑 인구 감소로 폐과 위기에 처해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4.04.08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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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일의 바둑학과로 명성을 떨쳤던 명지대학교 바둑학과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사고력을 높이고 예(禮)를 배울 수 있었던 학문인 바둑학과 폐과 소식에 한국의 바둑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바둑인구 감소 및 경영 악화 등으로 폐과 결정

명지대는 3월 25일 교무회의를 열고 예술체육대학 소속 바둑학과 폐과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2025학년도부터 신입생을 받지 않기로 한 것이다. 학과 폐지가 결정되면서 한국바둑중학교·고등학교 학생들을 비롯해 바둑전공을 목표로 준비해 온 학생들의 진로문제도 영향이 불가피하게 됐다. 
1997년 창설된 명지대 바둑학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학사부터 박사과정까지 바둑을 학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곳이다. 바둑산업 분야의 주요 인력들을 배출했고 바둑학의 정립과 바둑의 세계화를 위해 꾸준히 힘써왔다. 또한 명지대 바둑학과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크게 관심을 받으며 아시아, 유럽, 미주 등 다양한 국가의 유학생들을 유치했다. 지난 2022년까지 바둑학과에서 공부한 유학생 숫자는 대학원을 포함해 약 1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명지대학교 바둑학과 폐과 논의는 지난 2022년부터 본격화했다. 학교 측은 바둑학과 폐과 결정에 대해 경영 악화와 더불어 바둑을 두는 젊은 층의 감소, 통합 명지대학교의 특성화 방향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최근 바둑 인구가 줄어들며 바둑이 사양산업이고 젊은 층의 참여 비중이 10% 미만이라는 이유 등으로 바둑학과 폐지를 내부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바둑학회와 명지대 바둑학과가 주최한 국제바둑학 학술대회(2023.8) 출처/ 명지대학교 
2022 항저우아시안패러게임에서 선수단 감독으로 참여한 남치형 교수(우)  사진제공/ 남치형 교수


재학생·교수 및 바둑계 인사 모두 반대 입장

이 같은 결정에 재학생들과 교수들은 수긍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명지대 바둑학과 남치형 교수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학교 측의 결정은 바둑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바둑인구가 줄었다고 학교에서 강조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수긍하기가 어렵다. 지난 1월에 발표한 대한바둑협회 조사에 따르면 현재도 전체 성인인구의 20% 가까운 사람들이 바둑을 1년에 1회 이상 두고 있고, 방과후나 학원 등에서 바둑을 배우는 유치원, 초등, 중등 학생도 수천명이다. 학과 정원 21명을 없애는 이유로 인구감소는 납득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바둑학과 학생들 또한 반대 운동을 준비하고 있다. 명지대 바둑학과 김한결 학생회장은 “그동안 학교 측이 밝힌 폐과 기준이 모호하고 애매해서 반박론을 펼치며 폐과 기준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요구했지만 새로운 답변을 받은 것이 없다. 프로기사들이나 유학생들도 계속해서 들어올 만큼 인기학과이고 졸업생 중에도 바둑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수요가 있다는 것인데 폐과는 부당하고 학생들 입장에서도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대한바둑협회는 바둑학과 진학을 희망하던 학생들의 꿈이 짓밟히는 일이 없도록 관련 기관과 협의해 대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프로기사 250여명을 배출한 학생바둑대회 모습(2024.3) 
출처/ 대한바둑협회

한국 바둑계 경쟁력 저하 우려

바둑은 4000년이 넘는 전통을 이어온 놀이문화로 현대에는 대표적인 두뇌 스포츠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바둑의 전설 조훈현, 이창호에 이어 이세돌, 신진서까지 한국 바둑의 기량을 전 세계에 알리며 위상을 높여왔다. 
지난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어 우리나라는 금·은·동 한 개씩을 차지해 중국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게다가 항저우 아시안패러게임 바둑 종목 남자개인전에서는 명지대 바둑학과 졸업생인 김동한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렇게 세계 속에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여온 상황에서 바둑학과 폐지는 한국 바둑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바둑계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편 바둑은 오랜 기간 동안 우리 삶 속에 깊숙이 스며들었다. 단지 기술적인 부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도 깊이 생각하며 멀리보고 판단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준다. 이에 스마트폰 및 게임에 노출된  요즘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교육임은 물론 고령사회에 치매예방 등 삶의 질을 높이는 문화로 각광받고 있다. 
남치형 교수는 “명지대에서 바둑학과가 폐지된다고 해도 바둑학과에 대한 수요는 그대로 있을 것이고 존재 이유도 그대로일 것이다. 미래 한국 바둑계를 위해서 국민 여러분들의 관심과 도움이 절실하다”라고 강조했다.
김인나 기자 innakim@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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