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중 유독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작품은 정치적 편향과 고증 오류 등으로 논란과 비판의 중심에 서곤 한다. 2013년 개봉한 ‘변호인’과 이듬해 개봉한 ‘국제시장’이 대표적이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 역시 마찬가지다. 흥행에 성공해 침체된 영화계에 단비를 내렸지만 편향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혹자는 영화적 재미를 위해 픽션이 일부 포함될 수 있으며, 관람객들이 얼마든지 이를 분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절반의 정답이다. 영화 속 내용 중 사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2009년 미국의 한 심리학회지에 소개된 논문을 보면 영화를 통해 전달된 거짓 정보는 우리의 기억을 상당히 왜곡시킨다. 연구자들은 학생들에게 역사 에세이와 잘못된 역사적 사실이 담긴 영화를 동시에 보여준 뒤 테스트를 진행했다. 실험 결과 참가자의 3분의 1이 역사 에세이가 아닌 영화에 담긴 잘못된 정보를 사실로 믿고 있었다.
역사를 영화로 배우는 것은 위험하다. 영화를 매개로 특정 이념과 왜곡된 역사관을 받아들일 수 있음을 늘 경계해야 한다. 거짓 정보를 피할 수는 없지만 이를 분별하는 비판적 사고력은 얼마든지 기를 수 있다.
강민수 차장대우 mskang@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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