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정착한 중앙아 고려인의 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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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 정착한 중앙아 고려인의 실상
기획 한민족의 근면함과 문화 간직한 고려인, 최근 인구문제 대안으로 부상
  • 주간기쁜소식
  • 승인 2024.03.09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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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에 찐 밥 ‘쁠롭’ | 고려인의 주식 ‘레표시카’ 빵 | 전통음식 당근김치와 국시 사진/ 홍용학 기자

舊 소련지역에 거주하는 한민족, 고려인(50만명)이 인구소멸을 타개할 효율적인 대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국내에 이주한 고려인의 정착 실태를 살펴보았다. 

국내 거주 고려인, 10만여명으로 추산

최근 지자체들이 인구문제 해결을 위해 고려인 유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 거주하는 고려인은 10만여명에 이른다. 안산의 땟골마을과 인천의 함박마을, 광주 고려인마을은 국내 3대 고려인 집거지이다. 특히 인천 연수구 함박마을은 2017년부터 CIS국가(구소련국가) 출신자들이 대거 모여들어 전체 주민의 61%가 외국인이다. 고려인은 외국인의 80%(5800여명)로 추산된다. 이곳은 고려인 밀집도가 전국 최대이다. 상권 역시 외국인 음식점이 상가전체의 40%를 차지한다. 
이렇듯 급증한 외국인과 고려인들의 정착여건은 잘 조성되어 있을까? 다행히 함박마을에는 8~9개의 지원센터가 그들의 정착을 적극 돕고 있다. 카자흐스탄에서 6년간 살다가 한국에 온 후, 2017년 러시아어권지원센터를 설립한 임홍순(65) 센터장은 “센터에는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200여명이 매주 한글교실, 민화 그리기, 인성교육 등에 참여하고 있다”며 “자녀교육지원과 가정상담 및 각국문화체험 행사 뿐 아니라 병원과 관공서 동행, 서류업무 대행 등 크고 작은 일을 하느라 24시간 내내 쉴 틈이 없다”고 말했다. 
지원센터는 팬데믹 당시에 통역서비스는 물론, 디지털 기기가 갖춰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던 고려인 가정에 도움을 주는 등 외국인들의 동반자 역할을 수행했다.
 

(상)러시아어 간판이 즐비한 함박마을의 거리
(하) 러시아어권지원센터 임홍순(우) 센터장 부부

한국인과 이주민 교류 행사 많았으면

2003년에 한국에 와서 서울대학교 언어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주한 키르기스스탄 대사관 영사로 활동했던 사야크벡 누르잣(Saiakbek Nurzat,44)씨는 “지자체는 원주민과 이주민간 통합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지원센터를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실 국내에 6000~7000명씩 모여 사는 집단거주지는 사회통합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일부는 자국의 생활방식과 문화를 고수하여 원주민과 갈등을 겪고, 마약거래나 집단폭행을 상대적으로 쉽게 하는 경향이 있다. 사회 부적응자와 비행청소년도 증가하다보니 그 분위기를 견디지 못한 원주민들이 빠져나가며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지자체는 주민간 소통과 화합을 목표로 문화축제와 마라톤 등 다양한 행사를 지속적으로 개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서 누르잣씨는 “정부는 고려인의 유입증대와 안정적 정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한국은 외국인의 취업 조건이 무척 까다롭다. 한국대학 졸업자, IT전문가 혹은 외국인 고용관리시스템(16개국 적용)에 부합된 자 등에 취업 비자가 발급된다. 하지만 고려인은 ‘고려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비자를 주고 취업기회를 준다”고 밝혔다. 


비자발급 개선 등 정부·지자체의 배려 절실

현재 통번역회사를 설립해 비자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누르잣씨는 고려인의 배우자(비고려인)를 외국인 취급하는 것은 개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생계가 어렵거나 고려인 배우자가 병들고 사고가 나면 비고려인 배우자가 돈을 벌어야 한다. 그런데 비고려인에게는 취업이 불가능한 F1(방문동거비자)밖에 발급되지 않아 불법취업이 불가피하다”며 “배우자가 외국인일지라도 자녀가 생기면 혜택을 줘야하는데 4명, 5명을 낳아도 타민족으로 분류해 일할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언급했다. 최근엔 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해 농촌에서는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려인가족이 대도시에 거주하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임홍순 센터장은 “러시아 고려인은 초등학교 출신자도 F4(재외동포비자)를 받지만 중앙아시아 고려인은 대학 졸업자만 F4를 받는다. H2(체류취업비자)를 받는 대부분의 중앙아시아 고려인은 3D업종에 종사할 수밖에 없다. 비자를 변경하려면 언어와 기술을 배워야하는데 처지가 어려운 그들은 여유가 없어 간단한 대화만 되면 센터에 발길을 끊는다. 그러다 체류기간이 만료되면 불법체류자가 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한국인의 근면함과 문화는 고려인 후손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새벽 4시부터 일터로 나가는 이들은 김치와 된장을 담가먹고 한국드라마를 즐겨본다”며 앞으로 이들에 대한 배려가 있을 경우 고려인들의 이주 확대와 이에 따르는 국내 인구증가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미아 차장대우 miasong@igood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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